연예

K팝 걸그룹, 올여름은 강렬한 전자음악이 대세

강력한 전자음과 빠른 비트의 테크노 장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선두에는 3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블랙핑크가 있었다. 지난 2월 발표한 미니앨범 '데드라인'에서 선보인 하드 테크노 곡들은 빌보드 '핫 100' 상위권에 진입하며 강력한 사운드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블랙핑크가 쏘아 올린 테크노 열풍은 하이브 계열 걸그룹들로 이어지며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는 키치한 감성에 테크노팝을 결합한 '핑키 업'으로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장기 흥행에 성공했으며,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3관왕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아일릿은 90년대 복고풍 테크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츠 미'를 통해 숏폼 플랫폼 내 강력한 파급력을 보여주며 자체 빌보드 기록을 경신했다. 르세라핌 역시 선공개곡을 통해 테크노 흐름에 합류하며 장르적 변주를 꾀했다.여기에 '쇠맛' 사운드의 대명사인 에스파가 정규 2집 '레모네이드'를 들고 나오며 테크노 대전은 정점에 달했다. 에스파는 국내외 음원 및 음반 차트 1위를 휩쓰는 것은 물론, 한·중·일 팬덤의 지표를 통합한 '글로벌 케이 차트'에서도 월간 1위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들의 음악은 테크노 특유의 기계적인 질감과 에스파만의 미래지향적 세계관이 결합되어 팬들에게 강력한 시각적·청각적 쾌감을 선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전문가들은 테크노 장르가 가진 높은 '효능감'이 K팝의 역동성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한다. 전자음악의 강렬한 비트는 대중에게 빠르게 각인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특히 무더운 여름 시즌에 청량감과 에너지를 전달하기에 최적의 장르라는 것이다. 또한 과거의 걸크러시를 넘어 주체적이고 강한 여성상을 투영해야 하는 최근 걸그룹들의 서사를 뒷받침하기에 테크노의 압도적인 사운드가 효과적인 무기가 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다만 특정 장르로의 급격한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러 그룹이 유사한 전자음악의 질감을 반복해서 사용하다 보면 대중이 느끼는 신선함이 금방 사그라들 수 있기 때문이다. 테크노는 사운드가 강렬한 만큼 청각적 피로도가 높아 쉽게 질릴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따라서 단순한 장르 차용을 넘어 각 그룹만의 개성을 담은 멜로디와 독창적인 안무, 중독성 있는 훅을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향후 경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결국 테크노 열풍의 지속 여부는 장르의 마니아틱한 속성을 얼마나 대중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강렬한 비트 속에서도 K팝 특유의 친근한 포인트들을 놓치지 않는 정교한 프로듀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올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걸그룹들의 테크노 대전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K팝의 음악적 지평을 한 단계 넓히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전 세계 음악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화

조형아트서울 화제의 주인공, 안정재 화백의 등단

해 10여 년간 치열한 수행의 시간을 보낸 안정재 화백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일흔다섯을 맞이한 그는 이번 페어의 주요 부스인 청작화랑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그동안 갈고닦은 예술적 성취를 대중 앞에 당당히 선보였다. 늦은 시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기성 작가들에 못지않은 강렬함을 지니고 있다.전시된 9점의 작품 중 관람객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인도 바라나시 여행의 기억을 형상화한 대작이다. 갠지스강가에서 목격한 화장(火葬)의 풍경과 그 옆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축제의 대비는 작가에게 삶과 죽음이 한 줄기 강물처럼 흐른다는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안 화백은 당시 느꼈던 원초적인 충격과 감동을 뜨거운 붉은 색채로 캔버스에 옮겨 담았다. 화면 속 붉은빛은 단순히 강렬한 색감을 넘어, 죽음의 비극을 덮는 생명력과 건강한 삶의 기운을 상징하는 작가만의 고유한 언어로 읽힌다.안 화백의 작업 방식은 대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여행지에서 마주한 풍경이나 마음속에 맺힌 잔상, 그리고 오랜 세월 묵혀두었던 내면의 감정들을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허물며 자유롭게 풀어낸다. 캔버스 위에 겹겹이 쌓인 색층은 그가 지난 10년 동안 마치 사업을 하듯 독하게 작업에 매달려온 인고의 시간을 대변한다. 스스로를 만학도라 낮추면서도 작품에 임하는 자세만큼은 누구보다 엄격했던 그의 노력이 화려한 색채의 향연으로 결실을 본 셈이다.이번 전시 현장에는 남편인 정석현 수산그룹 회장도 함께해 아내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했다. 정 회장은 아내를 소개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빌렸다는 일화를 전하며, 안 화백을 ‘자신의 삶 전체를 예술의 재료로 승화시킨 작가’라고 정의했다. 평생 기업가의 아내로 살아왔던 세월을 뒤로하고, 이제는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화가로서 당당히 서 있는 아내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안 화백 역시 거장들과 함께 전시하게 된 것에 대해 겸손해하면서도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안 화백은 이제 치열했던 10년의 시간을 지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화려한 기교나 복잡한 구성보다는 단순함 속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힘을 빼고 여유를 찾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적 완성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깨달은 작가의 성숙함이 엿보인다. 그의 캔버스가 앞으로 어떤 단순미와 깊이를 담아낼지 미술계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올해로 11회째를 맞이한 조형아트서울은 국내외 102개 갤러리가 참여한 가운데 3,5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는 대규모 축제로 자리 잡았다. 3m가 넘는 대형 조각물들이 전시장 곳곳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이색적인 풍경 속에서, 안정재 화백의 붉은 회화는 조각의 입체감에 밀리지 않는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삶의 황혼기에 꽃피운 그의 예술혼은 오는 7일까지 코엑스 B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나이와 상관없이 꿈을 쫓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