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21세기 대군부인'이 제2의 '궁'이 못 되는 이유

MBC가 과거 '궁'을 통해 선보였던 입헌군주제 설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흥행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시각적인 화려함과 감각적인 연출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상반기 최대 기대작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수치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하지만 연일 상승하는 시청률 지표와는 대조적으로 작품의 내실을 향한 시청자들의 시선은 점차 냉랭해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극 중 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할 만한 지점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드라마가 제공하는 시각적 즐거움은 크지만, 정작 인물들이 겪는 갈등과 고뇌가 시청자들의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화려한 궁궐 배경과 재벌가라는 설정이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대중과의 정서적 교감이 차단된 '그들만의 리그'로 비치고 있는 셈이다.과거 입헌군주제 드라마의 붐을 일으켰던 '궁'의 사례와 비교하면 이러한 공감의 부재는 더욱 명확해진다. 당시 주인공 신채경은 지극히 평범한 여고생으로서 왕실이라는 낯선 세계에 던져졌고, 시청자들은 그녀의 당혹감과 성장 과정을 함께하며 강력한 대리 만족을 느꼈다. 반면 이번 작품의 주인공 성희주는 이미 막대한 부를 소유한 재벌가 인물인 데다 오만한 성격까지 갖추고 있어, 평범한 대중이 그녀의 결핍이나 고뇌에 동화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주연 배우들이 그려내는 로맨스 역시 온기보다는 차가운 미장센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변우석은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다정하고 헌신적인 이미지 대신 냉철한 이안대군으로 변신했으나, 상대역인 성희주와의 관계에서 절실함이나 애틋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두 배우의 비주얼 합은 마치 명품 브랜드의 광고 화보를 보는 듯한 완벽함을 자랑하지만, 정작 로맨스 드라마의 핵심인 운명적인 끌림이나 감정적 간절함은 화려한 배경에 묻혀 희미해진 상태다.결국 판타지 드라마가 대중의 지속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현실에 발을 붙인 인간적인 감정선이 필수적이다. 입헌군주제라는 설정은 고단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도구일 뿐, 그 안을 채우는 것은 결국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여야 한다. 현재의 '21세기 대군부인'은 최상위 계급의 화려한 일상을 전시하는 데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드라마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인 '공감의 문'을 스스로 닫아걸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다행히 서사의 절반 이상이 남아있다는 점은 작품에 아직 반등의 기회가 있음을 의미한다. 초반의 화려한 전시가 시청률을 견인했다면, 이제는 인물들의 숨겨진 내면과 인간적인 아픔을 드러내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할 시점이다. 성희주와 이안대군이 지닌 배경을 걷어내고 그들의 진심 어린 고뇌가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을지, 제작진이 준비한 향후 전개가 시청자들의 차가운 평가를 온기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

국가유산청 전국 15개 수리현장 12월까지 전격 공개

에 흩어진 주요 국가유산 수리현장 15곳을 선정하고, 오는 12월까지 그 복원 과정을 일반 시민들에게 가감 없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히 완성된 결과물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유산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투입되는 고도의 기술력과 정성을 대중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지난 2014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이 사업은 국가유산 수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전통 기법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올해 공개 대상으로 선정된 곳들은 조선 시대의 찬란한 궁궐 건축부터 정교한 석조물, 신비로운 고분군에 이르기까지 그 유형이 매우 다채롭다. 국가유산청은 관람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핵심적인 수리 공정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지점과 접근성이 뛰어난 장소를 엄선하여 시민들이 불편함 없이 현장을 누빌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이번 공개 행사의 백미는 단연 세계유산인 창덕궁의 정문, 돈화문 해체 공사 현장이다. 수백 년의 세월을 버텨온 목부재들이 하나하나 분리되고 다시 맞춰지는 장엄한 광경은 평소 접하기 힘든 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의 보수 정비 현장에서는 고고학적 발굴과 복원이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생생한 기록을 마주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 유산이 미래로 이어지는 생명력을 얻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수리 현장 중에는 올해를 끝으로 작별을 고하는 곳도 있어 아쉬움과 기대를 동시에 자아낸다. 2024년부터 일반에 공개되어 큰 호응을 얻었던 서울 문묘 및 성균관 대성전 수리 현장은 올해가 마지막 관람 기회다. 지붕의 해체와 주요 목부재의 보강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곳은 현재 단청 정비라는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전통의 색채가 입혀지는 과정을 끝으로 대성전은 다시금 온전한 모습으로 시민들의 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팔도에서도 유산의 부활을 알리는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대구 파계사와 동화사의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해체 보수되는 과정은 물론, 양산 신흥사와 하동 쌍계사의 석조 유산들이 세월의 흔적을 씻어내는 모습도 공개된다. 안동 조탑리의 오층전탑과 홍성 홍주읍성의 성곽 복원, 나주 금성관과 순천 낙안읍성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수리 현장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채 관람객을 맞이한다. 각 현장에서는 부재의 보관 방식과 전통 재료의 활용법 등 전문적인 영역까지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국가유산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은 각 현장의 세부 일정과 예약 방법을 사전에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전화나 전자우편, 전용 누리집을 통해 신청을 마친 뒤 정해진 시간에 방문하면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깊이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공개를 통해 수렴된 국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향후 더욱 풍성하고 내실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 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공유하는 이 소중한 걸음들이 모여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는 더욱 단단하게 뿌리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