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신기록 세우고도 "부끄럽다"…박수민 의원이 눈물 보인 진짜 이유

기사입력 2025-09-26 12:21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제한 토론을 통해 의사진행을 막는 필리버스터의 역대 최장 기록이 경신됐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해 25일 오후 6시 30분경부터 단상에 올라, 다음 날인 26일 오전 11시 44분까지 총 17시간 13분 동안 발언을 이어가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는 박 의원 자신이 지난해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법안을 두고 세웠던 종전 최장 기록인 15시간 50분을 스스로 넘어선 것이다. 박 의원은 토론 내내 정부조직 개편 자체나 검찰 개혁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주당의 '발목 잡기'라는 비판에 맞서, 이번 법안 처리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과거 윤석열 정부가 '재외동포청 신설'과 '국가보훈부 승격' 단 두 건의 안건을 처리하는 데 넉 달이 걸렸던 사례를 들며, 총 13개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을 담은 이번 개편안을 단 열흘 만에 통과시키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를 '날짜는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는 의미의 '날정너'라는 신조어로 비꼬며, 최소한의 상임위 토론조차 생략된 채 본회의에 직행한 절차적 정당성의 부재가 필리버스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이 이틀째로 접어들던 중, 박 의원은 감정적인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다. 토론 시작 후 약 15시간 30분이 지난 시점에 본회의장을 찾은 초등학생 방청객들을 마주한 것이다. 다섯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미래세대의 방문에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며 잠시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학생들을 향해 "정치는 미래세대에 대한 기대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어른들의 말을 맹신하지도, 무시하지도 말고 절반만 들으라는 '5 대 5 원칙'을 조언했다. 이는 기성세대가 살아온 과거와 아이들이 살아갈 미지의 미래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 정치권의 모습에 대해 "우리가 잘하고 있다면 이렇게 밤새워 토론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어른으로서의 부끄러움을 솔직히 내비치기도 했다. 박 의원의 기록적인 투쟁에 당 지도부는 즉각적인 격려와 지지를 보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SNS를 통해 "잠도 안 자고 밤을 지새우며 세운 대단한 기록"이라며 그의 투혼에 경의를 표하고,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정치는 '미래세대를 위한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필리버스터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