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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의 '2026 플랜' 가동, 81타점 용병 벤치 앉히고 '히트상품' 1루수 만들기 돌입

기사입력 2025-09-25 17:16
 가을야구의 꿈이 사실상 멀어진 KIA 타이거즈가 일찌감치 다음 시즌을 향한 밑그림 그리기에 돌입했다. 그 중심에는 이범호 감독의 집중 조련을 받으며 차기 주전 1루수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는 '2025년 히트상품' 오선우가 있다. 이범호 감독은 최근 훈련 시간마다 오선우를 옆에 두고 직접 1대1 수비 지도를 하는가 하면, 2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기존의 주전 1루수 패트릭 위즈덤을 벤치에 앉히고 오선우를 선발 1루수로 내보내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외국인 타자 위즈덤과의 재계약보다 국내 유망주 육성으로 방향을 틀었음을 시사하는 명백한 신호탄이다.

 

감독의 믿음 속에 1루수로 나선 오선우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감독님과 1대1 수비 훈련을 하니 확실히 자신감이 붙는다. 오랜만에 1루수로 나섰는데, 훈련을 많이 한 덕분에 다리도 잘 움직였다"며 "연습한 것을 써먹고 싶어 타구가 하나만 오기를 바랐는데 오지 않아 아쉬웠다"고 웃어 보였다. 또한 "외야수보다는 1루수가 더 편하고 좋은 것 같다"며 포지션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이범호 감독이 그에게 풋워크, 바운드 처리 등 내야 수비의 기본기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만큼, 오선우의 1루수 안착 프로젝트는 감독과 선수 모두의 공감대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외국인 타자 위즈덤의 명확한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올 시즌 KIA는 고질적인 1루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거포 내야수 위즈덤을 영입했다. 그는 33홈런을 터뜨리며 기대했던 장타력은 유감없이 보여줬지만, 0.234에 불과한 타율과 득점권에서 0.203으로 더욱 떨어지는 해결 능력 부재는 팀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맞으면 넘어가지만 맞히질 못하는' 극단적인 단점은 KIA가 그와의 동행을 망설이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반면 오선우는 올 시즌 나성범, 김도영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주전급 선수로 도약했다. 118경기에 출전해 0.266의 타율과 18홈런, 53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물론 1군 풀타임 첫해의 경험 부족과 체력 문제로 151개의 삼진을 당해 리그 1위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하지만 KIA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명확한 한계를 보이는 위즈덤보다는 오선우를 주전 1루수로 고정해 육성하고, 비는 외국인 선수 쿼터는 거포 외야수 영입에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이범호 감독 역시 "오선우가 올해 400타석 이상을 소화하며 상대 투수들의 승부 패턴을 많이 공부했을 것"이라며 믿음을 보냈고, 오선우는 "올해의 실수는 모두 경험이라 생각한다. 내년에는 이런 실수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체중 감량도 하고, 삼진을 60개만 줄이면 3할을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감독의 청사진과 선수의 의지가 하나로 모이면서, KIA의 1루수 세대교체는 이미 조용하지만 빠르게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