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역대 최저 11%→59%…텅 비었던 저수지, 열흘 만에 '콸콸' 채운 비의 정체

기사입력 2025-09-23 12:21
 한 달 가까이 강원도 강릉 시민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극심한 가뭄이 마침내 끝을 보이고 있다. 바닥을 드러내며 역대 최저 수위까지 떨어졌던 지역의 주 상수원이 열흘 만에 쏟아진 '단비' 덕분에 극적으로 회복되면서, 지난달 30일 선포되었던 재난 사태가 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강릉시민의 생명줄인 오봉저수지의 상황은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절망적이었다. 지난 12일, 저수율은 역대 최저치인 11.5%까지 곤두박질치며 붉은 흙바닥을 훤히 드러냈다.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고, 시 전역이 식수난에 대한 공포에 휩싸였다. 이에 정부는 강릉을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소방차와 군용 급수차, 지자체 차량까지 총동원해 비상 급수에 나서는 등 총력 대응에 돌입했다.

 

하지만 절망의 땅에 기적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2일부터 열흘 넘게 강릉 산간 지역에 연이어 비가 내린 것이다. 오봉저수지 상류 지역인 닭목재에는 285mm, 도마 지역에는 266.5mm, 왕산에는 238.5mm의 누적 강수량이 기록됐다. 메마른 대지를 흠뻑 적신 이 비는 저수지로 흘러들며 수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그 결과, 11.5%에 불과했던 저수율은 22일 기준 59%를 넘어서며 5배 이상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게다가 오는 24일과 25일에도 비 소식이 예보되어 있어 저수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수지가 안정세를 되찾자, 행정 당국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원도와 강릉시는 즉각 재난 사태 해제를 위한 공식 협의에 착수했다. 강릉시가 해제를 건의하면 강원도가 이를 검토한 뒤, 최종 권한을 가진 행정안전부에 전달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시 관계자는 "최근 강우로 기상 여건이 뚜렷하게 개선되었고, 저수지로 유입되는 자연 수량이 늘어나 수위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가뭄 극복의 상징과도 같았던 비상 운반급수도 28일 만에 전면 중단됐다. 소방당국은 물론, 지난 8월 25일부터 매일같이 식수와 생활용수를 실어 나르던 군 당국과 지자체 차량들도 22일 오후를 기점으로 운행을 멈췄다. 다만, 당국은 이번 가뭄을 교훈 삼아 단기적인 해결책에만 머무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가뭄 극복을 위해 출범한 민·관·군 협의체는 오봉저수지 상류인 왕산천과 도마천 일대에서 지하수 탐사를 시작했다. 시추에 적합한 부지를 찾아 신규 관정을 개발함으로써,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가뭄에 대비한 추가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