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9만 명이 선택한 핑계고 시상식.."억지 감동 빼고 웃음 꽉 채웠다"

고 지루한 형식을 완전히 탈피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화려한 조명과 드레스, 억지스러운 축하 공연 대신 이들이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의 이야기였다. 결과는 명확했다. 웃음이 가장 먼저 터져 나왔고 감동은 그 뒤를 자연스럽게 따라왔다.핑계고 시상식의 현장 분위기는 엄숙한 시상식이라기보다 친밀한 연말 모임에 가까웠다. 배우와 방송인, 가수 그리고 현장의 제작진까지 한 테이블에 자연스럽게 섞여 앉았다. 이들은 서로의 근황을 묻고 지난 회차에서 못다 한 뒷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내 놓았다. 카메라는 인위적인 연출을 배제한 채 현장의 온도를 있는 그대로 안방으로 전달했다.사회를 맡은 유재석의 진행은 그 어느 때보다 절제되어 있었다. 웃음을 억지로 짜내기 위해 출연진을 몰아붙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대화 도중 발생하는 찰나의 침묵조차 하나의 서사로 남기는 여유를 보여주었다. 이는 시상식이 단순히 보여주는 행사에 그치지 않고, 출연자와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가 함께 시간을 나누는 과정임을 증명한 대목이다.이번 시상식의 백미는 단연 대상의 순간이었다. 온라인 투표에 참여한 9만여 명의 시청자 중 과반이 선택한 주인공은 지석진이었다. 데뷔 이후 첫 대상이라는 수식어는 화려했지만 지석진의 수상 소감은 오히려 담백했다. 오랜 시간 연예계에서 버텨온 자신의 삶을 고백하고 함께 그 시간을 견뎌준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의 지난 시간이 무대 위에 자연스럽게 놓이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핑계고 시상식은 참석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배려를 통해 그 울림을 더 깊게 만들었다. 대상 후보였으나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조세호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유재석은 짧지만 진심 어린 박수를 청했다. 구구절절한 설명은 없었지만 그 배려만으로도 충분했다. 시상식이 성취를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부재와 시간까지 존중하는 공간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송은이가 건넨 위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최근 여러 소란을 겪으며 마음고생을 했을 동료에게 보내는 사적인 연대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과장된 미사여구 없는 위로가 오히려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법임을 핑계고는 잘 알고 있었다.구성 측면에서도 핑계고는 효율적이고 영리했다. 불필요하게 부문을 늘려 상을 나눠주는 이른바 참석상 관행을 과감히 삭제했다. 전문 심사위원의 안목과 네티즌 투표라는 두 축을 분명히 세워 시상의 권위를 확보했다. 축하 무대 역시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모두가 하나 되어 즐기는 축제의 장이었다. 황정민의 시상은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고 이효리의 수상 소감은 연말의 감정선을 과장 없이 담아냈다.매년 연말이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는 지상파 시상식들과의 비교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핑계고 시상식은 규모 면에서는 작았지만 메시지는 더 정확했다. 외형적인 크기를 키우기보다 이야기의 맥락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트로피의 개수를 줄이는 대신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 전략이 통한 것이다.마지막 인사는 화려한 불꽃놀이 대신 차분한 정리로 마침표를 찍었다. 유재석은 지난 한 해가 누구에게나 쉽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무탈을 빌고 내년을 이어가겠다는 최소한의 약속만을 남겼다. 감정의 과잉이나 억지스러운 감동 조작은 어디에도 없었다.결국 핑계고 시상식은 콘텐츠의 성패가 화려한 형식이나 거대한 자본보다 대중을 대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했다. 과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오래 기억될 이번 시상식은 웹 예능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한 웃음을 넘어선 연대의 가치를 보여준 핑계고의 다음 행보에 많은 이들이 기대를 거는 이유다.

문화

K팝 추는 조선 마법사? 국립중앙박물관의 파격 변신 예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총 7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었으며, 무엇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 유물 및 전시와 유기적으로 연계한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핵심적인 차별점이다. 이는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 관객들이 역동적인 무대를 통해 우리 역사와 문화를 보다 쉽고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기획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박물관의 문턱을 낮추고, 살아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야심 찬 시도다.새 시즌의 포문은 1월, 영국 BBC의 인기 교육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알파블록스'가 연다. 지난 시즌 큰 사랑을 받았던 '넘버블록스'의 후속작으로, 이번에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초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알파벳 캐릭터들이 펼치는 신나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영어 단어와 파닉스 원리를 즐겁게 익힐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어 3월에는 순수 창작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가 그 열기를 이어받는다. 돌려차기, 공중 발차기 등 태권도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기술을 고난도 퍼포먼스로 구현하여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고, 태권도 유망주들의 꿈과 성장을 생동감 넘치게 그려낼 예정이다.여름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6월에는 이번 시즌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박물관 연계 시리즈' 특별기획공연이 관객을 맞이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실제 유물과 진행 중인 전시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여, 역사적 사실에 예술적 상상력을 더한 무대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역사 교육의 가치와 공연 예술이 주는 감동을 동시에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격적인 여름방학 시즌인 7월에는 안녕달 작가의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무대로 옮긴 가족 뮤지컬 '할머니의 여름휴가'가 공연된다. 할머니와 손자의 따뜻한 교감을 그리며, 객석을 가득 채우는 바다 연출과 길이 6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고래 모형 등 풍성한 볼거리로 온 가족에게 잊지 못할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하반기에도 독창적인 라인업은 계속된다. 9월에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인 강경수 작가의 '코드네임X'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토리로 돌아온다. 11월에는 기존의 '사유하는 극장' 시리즈를 계승하는 새로운 형식의 몰입형 공연이 최초로 공개되어, 박물관 유물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의 깊은 사유와 성찰을 이끌어낼 전망이다. 대망의 마지막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K팝과 판타지를 결합한 타임슬립 뮤지컬 'K팝 조선 마법사관 진준'이 장식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화려하고 신비로운 스페셜 무대를 통해 2026년 시즌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계획이다.